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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 개의 섬, 시판돈의 밤 [K-VINA 칼럼]

기사입력   2022.02.08 11:10

최종수정   2022.02.08 12:59

작성자   조연

네 이름은 부르기도 참 쉽다
이름을 이름대로 지어서
4천개의 섬이 모여서 이구동성으로 시판돈
가문 틈을 타서 들어난 4천개의 얼굴
2월의 강물 위에 나타난 푸르고 푸른 미소
다시 비가 오면 수장될 운명일지라도
겨우 천개의 섬만 물위에 남아있다해도
천개의 섬(능판돈)이라 바꿔 부르지 않고
오랜 이름도 첫 부름인 것처럼
여전히 시판돈이라 짓고 시판돈이라 부른다



비엔티안에서 2천리 길을 꼬박 달려갔다
사내 넷이서 용기백배하게 차를 몰고
하루도 모자라 하룻밤을 깜무안주(콩러동굴)에서
담배 밭의 진한 녹취로 밤의 색깔을 세기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길을 몰아서 북위 15도까지
나카상 선착장에서 1만5천킵(약 2천원)을 지불하고서
낡은 목조 보트에 몸을 싣고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신선들의 놀이터, 시판돈
소떼와 개떼와 염소떼가 막아 서서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느림을 핥아가며
구멍 난 도로에 덜컹덜컹 밑바닥을 할퀴며
열대의 나라 남쪽에 조용히 떠 있는 섬
시판돈을 만날 수 있었다



섬은 섬으로 연결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연결되듯
달랑 나무 한포기 자라는 풀섶 같은 섬과
하얀 돌섬과 크고 작은 섬들이 모인 시판돈
섬 소년들의 검게 그을린 노 젖는 소리와
소녀뱃사공의 휘날리는 머릿결 따라
강물은 길을 내어 섬과 섬을 이어주고
밤이면 홀로 써내려가는 외딴 섬들의 편지
아침햇살이 떠오르면 다시 출렁출렁
강물은 눈을 뜨고 그 소식을 전한다



사공들은 노를 깊게 젓지 않는다
온종일 뜨거운 태양을 받아내고
마침내 붉은 가마솥을 삼켜야만 하는 저물녘
강물에게는 인내의 시간
또한 침묵해야하는 시간이다
물고기가 물의 살갗을 긁고 지나갈 때마다
따가워서 아찔한 순간에도
잔 물살 몇 조각을 내뿜었을 뿐이다
물의 비늘이 다치기라도 할까봐
깊은 상처는 건들면 더 아프기에
사공들은 물의 표피까지만 노를 묻는다



강인지 바다인지
두 눈으로 가둘 수 없는 시판돈
강물은 먹쇠처럼
말을 걸어도 덥석 삼키곤 대답이 없다
한 두름의 물고기를 숯불에 얹어놓고
한 잔을 비우는 동안에
별 하나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강물 속에는 분명 별의 집이 있는 것이다
별은 절대 입을 벌려 말하지 않고
오직 눈으로만 주고받는 것처럼
여행자의 인사에도 희죽 웃고 마는 섬 소녀
수박 한 덩이 탁자에 내려놓은
저 검은 눈망울은 분명 별의 놀이터다



돈뎃섬의 밤이 깊어간다
노을이 남기고 간 어둠의 길목을 본다
빡세의 니암폭포의 커다란 굉음도
꽁로동굴에서 흘러온 원시의 그늘까지
어디서 왔는지 언제 왔는지
묻지 않고 돌돌 뭉쳐서 흘러가는 강물을 본다
시판돈 아랫길에는 콘파펭 폭포
바위에 부딪히는 낙수의 아픔을 남겨두고
사천개의 섬마다 들려
사천마디의 인사를 주고받느라
하루를 보내고도 다시 어둠이 내려도
이별인사는 쉬이 끝나지 않는다
어디서 왔을까?
여행자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섬을 짓고 있는 밤이다
물이 넘쳐 섬이 다 사라져도
시판돈은 그대로 시판돈으로 남을 것이다



먼지 풀풀 날리는 섬의 오솔 길을 달린다
흙무더기를 지나 펼쳐진 낯설지만 익숙한 그림
골목마다 개구쟁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낡고 헤진 옷을 입었던 가난한 추억의 물질
마른 햇살아래 풀을 뜯는 소떼들의 되새김질
너무 멀리 왔나 싶어 자전거를 멈추었다
땀에 젖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섬 위로 뻗은 파란 하늘을 보았다
여행자에게 돌아갈 길이란 없는 것이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 있을 뿐
또한 다시 돌아올 약속도 하지 않는다
여정의 끝이 어디인지 어찌 알겠는가?
4천 개의 섬도 세다 말고 세다 말고
그 끝이 없어 그냥 시판돈이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칼럼 : 황의천(라오스증권거래소 COO)

* 3년의 라오스 근무 종료기념으로 시판돈 여행을 기꺼이 나서준 김정현법인장님, 김병철사장님 그리고 강병수사장님께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쌓을 수 있어서 기쁨과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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