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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경 뚫고 웅비하는 라오스의 한국금융 [K-VINA 칼럼]

기사입력   2021.05.25 15:12

최종수정   2021.05.25 21:55

작성자   신인규


아침부터 5월의 뙤약볕이 대지를 수직으로 때린다. 달아오른 아스팔트위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희미한 차선을 따라 곡예하듯 달려간다. 잠시만 보고 있어도 아찔하여 현기증이 날 정도다.

라오스는 대중교통이 발전하지 않았다. 개인교통수단이 없으면 참으로 불편하다. 물론 버스나 뚝뚝이가 있지만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매일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려 한다면 차량이던지 오토바이가 있어야한다. 중소서민에게는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생존 필수품이다.

하지만 오토바이 구매가 그리 쉽지는 않다. 오토바이 한 대의 가격이 보통 1500달러선 라오스국민 평균 월급의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밥도 안먹고 1년을 꼬박 모아야 장만할 수 있다. 이리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대학입학이나 취업기념으로 오토바이를 선물한다면 이곳에서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농부에게 소 한 마리가 가장 큰 재산이듯 말이다.

이러한 시장을 놓칠 리 없는 매서운 촉각으로 한국 금융이 몇 년 전부터 팔을 걷고 나섰다. 2010년대 들어 동남아시장에 뻗어나가기 시작한 한국 금융, 이제 라오스에도 한국리싱기업이 네 곳이나 진출해있다. 2016년에 진출한 웰컴리싱(Welcome Leasing Lao)을 만나보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80여명의 라오스 직원들이 사무실에 꽉 차있었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부서별로 나뉘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문을 열어줄 때부터 안면에 화색이 가득한 사람이 있었다. 라오스 현지 웰컴리싱의 정창복 법인장이었다.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비즈니스에 어려움이 없냐고 묻자 느슨한 윤리적 사고 말고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며 우리 한국의 선진금융기법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며 청년처럼 도전정신을 힘주어 말한다.

라오스에서 최고급 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하여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견줄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한국에서 상상해볼 수 없는 일이라며 미소가 함지박해졌다. 무슨 좋을 일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2016년 라오스 진출 후 지난해 첫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단다. 그것도 그 어려운 코로나 경제상황에서 이루다보니 예전보다는 어깨가 좀 올라간 것 갔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요즘은 다음 먹거리를 찾느라 밤잠을 설친다며 비지땀을 뚫고 피곤이 와도 희망이 보이는 날은 행복하단다. 라오스라는 작은 시장이지만 태국, 일본 등 사활을 건 금융 각축장에서 살아남아야하지 않겠냐고 입술을 모을 때는 철옹성의 다짐이 따로 없어보였다. 그래서일까 금년에는 승진의 행운까지 마셨다며 후배들에게 미안해하는 너그러움도 잔잔했다.

라오스 사람은 교통수단에 따라 세 종류로 분리될 수 있다. 차 있는 사람. 오토바이 있는 사람. 두발만 있는 사람. 아직 개발도상국인 라오스에 의외로 차량이 많다. 해외 고급차종이 많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 한국차량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는 곳이 라오스다. 아마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기업의 판매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또한 금융이다. DGB Lao Leasing이 2016년에 뛰어들었다.

45명의 현지 라오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늦은 시간까지 술도 마다하지 않는 김정현 법인장을 만난 시간은 라오스 신년 연휴가 막 지난 뒤였다. 아직 연휴의 후유증이 남을만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웠다.

라오스에 온지 채 1년도 안되었는데 라오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라오스가 너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늘 입가에 들고 사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에게 도대체 궁금했다 덥고 험한 이곳이 뭐가 좋은지...대답은 간료했다. 라오스국립대학 졸업은 물론이고 영어까지 구사할 주 아는 라오스 최고의 인력을 50만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고용하여 일 할 수 있는 게 기쁘단다.

어려운 점이야 어디든 있는 것이고 여기는 특히 개인이든 기업이든 신용정보가 없고 있어도 믿을 수가 없으며 불확실성이 너무 많고, 환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현지 생활의 어려움을 물어보면 대부분 보건인프라가 열악하여 건강문제를 제일 먼저 제기하는데 개인의 안위 따위는 까먹었는지 회사이야기만 줄창 한다. 현지 기업 탐방 겸 지방 출장이 잦다며 얼마 전 팍세며 시엥쿠암에도 다녀왔다는 그의 그을린 얼굴에서 동남아의 진한 향수가 묻어난다.

2016년 진출 후 지난 해 최고의 실적을 올려 ROE(자본금대비 수익률)가 20% 언저리라며 마지막까지 숨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보일 때쯤 등 뒤로 몇 개의 단체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모기업의 해외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일환으로 비엔티안에 이만수감독과 함께 야구장을 건립하였으며, 환경이 열악한 초등학교에 에어컨을 제공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고 얼마 전 한국공관 직원들과 라오스대표팀간 친선을 다지는 야구게임도 이곳에서 있었다는 소식도 전해준다.

방문을 마치고 문을 여니 5월의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2020년이었는데 오히려 최고의 성과를 내는 금융사들이 있었다.
이곳의 참파꽃은 동양난의 은은한 아침처럼 메콩강변에서 깊고 온유한 향기를 사시사철 내품는다. 두 법인장을 만나고 나니 이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향기를 품는 저 꽃의 향기가 사람에게서도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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