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메콩강을 비추어 몸단장을 한다. 해질녁이면 메콩강에도 여지없이 어둠이 온다. 시뻘겋게 타오르던 석양은 메콩강에 몸을 담그고서야 지평선 너머로 사위어간다. 그리고 어둠은 삽시간에 밀려온다.
어미의 강 메콩강이 어둠에 물드면 사방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이 어미의 젖을 찾듯 송아지처럼 강변에 모여든다. 죽은 것들도 살아서 온다. 마침내 배 위에 사는 어부들도 물고기를 달래어 길바닥에 눕혀놓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어미의 강은 강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미의 강은 강바람도 만들어 돌이며, 들풀이며, 쓰러진 전봇대까지 흔들어 깨운다. 밤강은 물비늘 한 뼘씩 벗겨내고 모든 것에게 생명수를 건네는 중이다.
거품이 맥주잔을 채우고 화로가 붉게 닳아 오르자 강물은 강의 노래를 시작한다. 물고기는 소금풍선을 불고 연기는 달빛에 그을려 참파 꽃향기가 매콤해지자 사람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사진: 한국/라오스 메콩강 둑 제방공사 기념비(위) 및 문재인 대통령 방문 기념비(아래). 라오스의 메콩강 제방둑 공원은 한국의 EDCF자금으로 조성. 2008~2013년 동안 EDCF자금 3천7백만불(약 450억원)을 투입하여 라오스의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을 만들었다.>
7시만 되어도 어둠은 모든 길을 닫는다. 가로등은 어둠의 한 조각일 뿐 오직 별과 달로 가는 길만 또렷하다. 시골장터 같은 초름한 등불 아래에 몇 단의 나물가지를 펼쳐놓은 소녀의 노고를 덜어주기라도 하듯 밤도 어둠을 살짝 밀어낸다. 밤하늘을 쪼개 듯 연신 천둥번개 바람의 손사래가 거칠어졌다. 검은 구름이 하늘 가득 밀려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기세 등등한데 우산을 든 이도 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없다. 염소 떼가 길 중앙에 서서 꼼짝도 않고 염불중이다.
구름은 구름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면 된다. 억겁의 눈물이 모인 메콩강. 금방이라도 떠내려갈 것 같은 가난의 문장 때문에 초라한 저녁밥상이 더욱 그립다. 모두가 잠든 시간 어미의 강 메콩강은 어둠이 되어 모든 눈물을 삭혀 혼자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