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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과 TIPS에 몰리는 이유

기사입력   2020.06.25 08:56

최종수정   2020.06.25 08:5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3일 기준 신규 감염자가 7149명이 발생해 종전 최고치인 전날의 5019명을 대폭 뛰어넘었습니다. 병원 입원 환자도 전날보다 7% 늘어나 5400명에 육박했습니다.
텍사스 5489명, 플로리다 5511명 등도 모두 하루 확진자 신기록입니다.

애플은 텍사스 휴스턴 지역의 7개 매장을 다시 폐쇄하기로 했고,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에서는 직원들이 재개장을 막는 청원을 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경제 재가동이 참으로 험난한 겁니다.

이런 소식이 이어지면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2.72% 폭락했고 S&P 500 지수는 2.59%, 나스닥은 2.19% 내렸습니다.
코로나19 위험에 직접 노출된 항공, 크루즈, 카지노, 은행주 등이 폭락했고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승승장구하던 기술주도 1~4%까지 후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자산이 금과 인플레연동국채(TIPS)입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의 밥 프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리플레이션에 베팅하고 있다"면서 금과 TIPS 등을 거론했습니다.
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CEO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 "금과 미 달러화, 미 국채 등 안전자산 가운데 금이 가장 마지막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 값은 이날 4일만에 처음 소폭 하락해 온스당 1775달러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날은 장중 1795달러까지 올라 1800달러선 돌파를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전날 종가 1788달러는 2012년 이후 최고가이며, 2011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 1900달러에 비해 7% 낮은 것입니다.
금은 2011년 이후 길고 긴 조정을 받아왔습니다. 10년만에 이제 최고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TIPS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상황이어서 쿠폰(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찰스슈왑의 TIPS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주간 기준 사상 최대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금과 TIPS에 돈을 묻고 있을까요.

그건 기본적으로 "미 경제의 회복이 험난할 것이고, 미 중앙은행(Fed)과 연방정부는 지속적으로 돈을 뿌릴 수 밖에 없다"는 가정에 기인합니다.
최근처럼 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 정부와 Fed는 경기 부양을 지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지난 5월15일 하원에서 통과시킨 추가 부양책을 상원에서 논의하지 않아왔습니다. 추가 실업수당 주당 600달러 등이 사람들의 직장 복귀를 막고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상당수 근로자들에게는 직장으로 돌아가 일하며 버는 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상황이니까요. 원래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급합니다.
코로나19이 다시 퍼지면서 이번 주부터 급하게 추가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화당내에 반대가 많은 1인당 120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까지 밀어부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주내에 의회에 부양책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Fed의 입장은 이미 알려진 대로 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추가 부양책을 끊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입니다. 시장의 누구도 Fed의 부양 의지를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달러를 찍어내면 결국은 달러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물가도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이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 미국의 저축률 감소 등으로 인해 달러가 조만간 주요 통화 대비 35% 가량 절하될 수 있다"며 "이는 조만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례 없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지적하면서 Fed의 자산이 지난 3월 초 4조달러 수준에서 최근 7조2000억달러 수준으로 석달만에 급증한 것처럼 외환시장의 분위기도 단번에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가의 경우 지금 당장 인플레가 올 것으로 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습니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2022년에나 1.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TIPS의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인플레이션도 향후 30년간 1.5%, 그리고 향후 5년간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시장이 인플레 확률을 낮게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Fed가 양적완화를 처음 실시했을 때도 인플레 우려가 불거졌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인플레에 베팅했지만 올해까지도 그런 인플레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란 게 전반적인 관측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고 있습니다. 몇 차례 양적완화가 이어진 뒤 각국의 정치권과 중앙은행들은 돈에 중독됐습니다.
정치권은 더 많은 화폐를 요구하고 있고, 중앙은행도 더 이상 이런 요구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파월 의장은 최근 오히려 의회에 더 많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나타납니다. 짐바브웨가 그랬고 베네수엘라가 그렇습니다.



미국의 M2(총통화)는 최근 급증했습니다. 지난 3월 15조달러에서 이달 초 18조달러대로 확대됐습니니다. 물론 돈이 풀린다고 모두 인플레가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 돈이 돌아야합니다. 지금 인플레가 없는 건 그 돈의 유통속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면 돈의 유통속도는 빨라지기 마련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난다해도 정치인과 중앙은행들이 '머니 프린팅'을 멈추거나 돌이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인플레는 1~2년 뒤에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4년 이후 Fed가 양적긴축을 통해 1조달러 가량 자산을 줄이는 데도 시장이 흔들리는 등 혼란이 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정부도 인플레이션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고 정부가 빚을 줄어야할 때가 되면 인플레를 방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빚을 정상적으로 다 갚은 정부는 역사적으로 없습니다. 빚을 내 뿌린 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표를 잃거나 또 다시 경기 하강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플레가 발생한다면 빚부담은 저절로 줄어듭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 바로 금과 TIPS 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만 금과 TIPS 투자는 투자 업계의 주류는 아니다"라며 "헤지 차원에서, 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지 큰 수익을 남기기 위해 투자할만한 자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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